휴업이라는 말. 처음엔 그냥 '잠깐 쉬는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이건 단순히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조직에서의 나의 존재감을 점차적으로 지워가고 있다는 암시처럼 느껴졌다.
계정이 끊기고, 메신저가 막히고, 누군가와 소통할 수 없게 되는 그 순간. 회사는 "해고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점점 나를 조직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받았던 휴업 명령서와 휴업수당의 근거가 되는 평균임금과 통상임금과의 차이, 그 이후 노무사, 변호사에게 들었던 다양한 조언들, 그리고 법적으로 이 조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정리해봤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1. 2주 뒤, 위로금 줄 테니 나가라는 연락
대기발령서를 명시된 2주가 거의 되었을 무렵, HR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회사를 나가시면 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요. 위로금도 드릴 수 있고요.”
나는 거절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고, 요즘같이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서 스스로 회사를 나갈 이유가 없었다.
몇개월간의 위로금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나는 여전히 일하고 싶었다. 그러자, HR 은 내게 휴업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로 통보했고, 바로 ‘휴업 명령서’라는 제목의 문서가 도착해 있었다.
- 기간: 1개월
- 지급 급여: 기존 급여의 70%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왜 나만 쉬어야 하는지, 기준은 무엇인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2. 휴업, 과연 정당한 걸까?
법적으로 휴업은 사용자의 경영상 이유로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아무 이유 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회사는 ‘정당한 사유’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그 사유가 객관적이고 납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런 설명을 받지 못했다.
HR 은 회사가 나에게 휴업수당을 지불하니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내게 적용되었던 경영상 악화와 같은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수당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46조(휴업수당)
①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1항의 기준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는 경우, 휴업수당은 평균임금 기준 70% 이상이어야 한다. 평소 받던 급여에서 70% 만 받았다면, 이는 통상임금일 가능성이 높고, 직전 12 개월전에 인센티브나 보너스를 받았다면 그 또한 평균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평균임금 vs 통상임금, 이거 정말 중요하다
회사에서 휴업수당을 주긴 했지만, 급여명세서를 확인하니 나의 휴업수당의 기준이 ‘평균임금’이 아닌 ‘통상임금’기준의 70% 였다.
구분 | 평균임금 | 통상임금 |
---|---|---|
기준 | 최근 3개월 총임금 ÷ 총일수 | 정기적·고정적으로 받는 수당 |
포함 항목 | 상여금, 연장·야근수당 포함 | 기본급 + 식대 등 고정수당 |
금액 수준 | 보통 더 높음 | 낮음 |
적용 사례 | 휴업수당, 해고예고수당, 퇴직금 | 연차수당, 야간수당 |
근로기준법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8. 3. 20., 2019. 1. 15., 2020. 5. 26.>
6.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근로자가 취업한 후 3개월 미만인 경우도 이에 준한다.
② 제1항제6호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 예규 제96호(평균임금 산정지침)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며, 연 1회 지급되더라도 해당 산정기간에 일할계산으로 반영해야 한다.” 즉, 자신이 휴업 직전 12 개월 이내 인센티브나 정기 상여금을 받았고, 직전월 3 개월의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70% 만을 휴업수당으로 받았다면, 법이 정한 금액보다 적게 지급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급여 명세서도 함께 달라고 하여 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3. 선택적 휴업, 괜찮은 걸까?
내가 휴업 대상이 된 유일한 사람이었다. 같은 팀, 같은 직무의 동료들은 여전히 업무 중이었다.HR은 어떤 기준으로 나만 선택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단순히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그 어려움이 왜 ‘나 혼자’에게 적용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3누27249 판결 요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 중 특정인에게만 휴업을 명령했다면, 회사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조치는 부당한 인사처분으로 간주될 수 있다.”
나처럼 단 한 사람만이 대상이 된 경우, 회사 측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건 사실상 퇴출을 위한 절차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대법원 1995.3.28. 선고 94누12273
“경영상 이유 없이 대기발령이나 휴업을 반복한다면 이는 인사권 남용이며, 부당한 인사처리로 본다.”
그리고 실제로 노동위원회도 유사한 상황에서 회사의 휴업 조치가 부당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
중노위 2018부해326 판정 (○○병원 사건)
특정 간호사 한 명에게만 휴업 조치를 취했지만, 회사는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부당 인사조치로 판정되었다.
정리하자면, 단지 “경영상 이유다”라는 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회사는 ‘왜 그 사람만’이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설명을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조치는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4. 노무사·변호사들의 조언,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들에게 물었고, 모두 조금씩 다른 말을 했다.
- 노무사 A: “1개월 기한이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방법.”
- 노무사 B: “지금 당장 구제신청을 하고 복직 요구해야 한다.”
- 노동법 변호사: “해고가 확정되면 그때 복직청구나 합의 절차가 전략적.”
사실, 회사는 내게 권고사직의 탈을 쓴 해고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확정 통보된 문서는 아직 없었고, 내게 전달된 휴업 명령서엔 1개월이라는 기한이 적혀 있었기에, 복귀 일정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소송을 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물론, "왜 나만?" 휴업 통보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 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하기보다는 1 개월 더 기다려보자는 노무사와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일단 1개월 뒤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팁 :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은?
② 제1항에 따른 구제신청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한 구제신청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단, 예외도 있다.
- 복귀 가능성 있다가 나중에 해고된 경우 → 해고된 시점부터 3개월
- 장기 업무 배제 + 계정 차단 → 실질적 해고로 인정 가능
서울고등법원 2014누60146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끊겼다면, 그 시점이 해고일 수 있다.
노동 법무법인 변호사의 말을 따르면 나에 대해 처해진 조치, 휴업명령은 1 개월의 기한을 두었기에 1 개월이 지난 시점에 휴업 연장 조치가 내려진다면, 그 시점부터 3 개월안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회사에서 계속적으로 내리는 인사조치를 내리고 있다면, 가장 최근에 받은 인사조치일이 구제신청 3 개월의 시점이다.
마무리
내게 내려진 두 가지 조치, 대기발령 그리고 휴업은 처음에는 단지 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계정이 끊기고, 팀에서 소외되고, 조직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졌다.
회사에서는 해고가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해고에 가까운 조치들이 하나씩 실행되고 있었던 거였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을 읽고, 사례를 찾아보고, 내 권리를 점검하는 것뿐이었다. 노무사와 변호사의 말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회사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받은 문서들을 모든 보관하고 기록하라.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움직이라”는 조언이었다.
만약 여러분도 지금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면, 지금의 감정, 회사의 통보 내용, 받은 문서, 지급된 급여의 내역까지 모든 걸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복직신청이나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을 하여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3개월이라는 시간을 절대 넘기면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 다음 글은 해고를 예고한 회사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실직전 반드시 준비해야할 현실적인 조치들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나처럼 갑작스러운 이별을 마주한 분들에게 혼란을 줄이고,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리스트가 되었으면 한다.
'회사와의 이별, 법으로 지키는 나의 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직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조치들 (3) | 2025.07.25 |
---|---|
회사의 대기발령, 정당한 인사권일까? - 실질 해고로 본 판례까지 (0) | 2025.07.17 |
회사는 왜 해고라고 말하지 않을까? - 실질적 해고 유형과 대처법 (0) | 2025.07.16 |
"당신의 직무는 더 이상 이 회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나에게 통보된 해고의 언어 (0) | 202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