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은 업무 배제이자 조직적 격리이며, 실질적 해고로 이어지는 대표적 인사조치다.
나 역시 갑작스럽게 출근 정지를 당하고, 계정과 시스템 권한이 차단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랐고, 과연 이것이 정당한 조치인지,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를 고민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받은 실제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대기발령이 해고로 간주될 수 있는 조건과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는것인지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한다.
1. 노무사: “100% 임금이면 위법 아냐”는 말, 정말 맞을까?
직무 삭제에 따른 해고 통보 (물론, 회사는 해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를 받은 후,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며칠을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다가,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자 전 직장 동료이자 노무사인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고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는 대기발령이라는 형식을 얼마든지 취할 수 있어. 특히 너에게 100%의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이라면, 그 자체로는 큰 법적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도 일부 이런 입장을 취한다.
📌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기 68207-474, 2001.11.08)
“정당한 사유가 있고, 임금이 지급되며, 대기 기간이 과도하지 않다면
대기발령은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즉, 기업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직원을 일시적으로 대기시킬 수 있고, 형식적으로 임금이 전액 지급된다면 대기발령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내 친구의 실무적 해석과 동일하게, 고용노동부 또한 단기적 인사조치로 대기발령이 합법적이라는 행정 해석이 있었다.
2. 법원은 ‘임금 여부’보다 실질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안함을 느꼈다.
업무도 없고, 출근도 못하고, 팀과도 단절된 상황이었다.
이게 정말 근무 상태일까?
직접 판례들을 검색해보니, 법원의 판단 기준은 전혀 달랐다.
📌 부산지방법원 2019노146 판결 요지
계정 차단, 직무 미배정, 복귀 안내 없음 등의 상태가 지속된 상황에서
법원은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며,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임금을 주고 형식을 갖췄다고 해도 회사의 인사 조치의 실질이 ‘퇴출’이라면 법적으로는 해고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노동위 구제신청은 3개월 안에 해야 한다.
나는 이 상황이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 노동위원회법 제28조 제1항
“부당해고, 부당한 인사처분 등에 대해 구제를 신청하려는 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즉, 대기발령을 받고난 후, 그 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식했다면 그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3개월 이내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위원회는 사건 접수를 거부할 수도 있다.
4. 3개월 지나도 예외는 있다? 가능한 경우는?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은 예외적 상황은 있다:
4-1. ‘해고 확정 시점’이 나중에 명확해졌을 경우
- 회사가 처음엔 복귀 가능성을 시사
- 수개월 뒤 “복귀는 어렵습니다” 혹은 “자발적 퇴사를 권유받는 상황”
→ 이 시점부터 다시 3개월이 시작될 수 있음
4-2. ‘조직 단절의 지속성’이 법적으로 해고로 간주될 수 있을 때
- 명시적인 해고는 없었지만,
- 장기간 업무 미배정 + 계정 차단 + 무기한 대기가 지속
→ 법원이 실질적으로 해고로 인정할 가능성 존재
📌 서울고등법원 2014누60146 판결
“형식상 고용이 유지됐어도,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면
해고 시점은 실질적 단절 시점으로 본다.”
이런 경우들도 있으므로, 본인의 상황에 잘 맞추어 대응해야 한다.
5. 내 경험: 2주짜리 대기발령, 법적 판단은?
많은 이들이 하는 오해가 있다. 나는 놀고 있지만, 아직 월급을 받으니까 괜찮은거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임금 지급은 '근로계약의 존재'를 말해줄 수는 있지만, ‘근로기회의 실질적 제공 여부’가 없었다면 법적으로는 해고와 다르지 않다.
대기발령이라는 인사조치를 견디기 힘들었던 나는 다른 친구의 소개로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에게도 상담을 했다.
회사에서 받은 대기발령서에는 대기 기간이 ‘2주’로 명시되어 있었다.
즉, 2 주 이후에 회사에서는 또다른 대기발령서를 주거나 다른 인사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기에, 이렇게 짧은 기한이 명시된 대기발령서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거나 법무법인을 통한 소 제기를 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상황이었다.
변호사의 충고로, 2 주후 회사에서 취할 다음 인사조치를 기다리기로 했다.
대기발령 받은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모든 사람의 경우가 나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
- 길지 않은 기한이 명시된 대기 발령 → 다음 인사 명령을 기다릴 것.
- 기한 없는 대기 발령 → 본인 스스로 부당한 대기 발령이고, 사실상 해고에 가까운 대기 발령이라고 느끼거나 직무에 복귀하고 싶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 발령으로 구제 신청.
- 3 개월 이상의 기한이 명시된 대기 발령 →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한이라면 재충전의 기회도 될 수 있겠으나, 그 기한이 지나고 나서 면직조치(해고) 가 예고되어 있다면 3 개월이 지나기 전에 구제 신청을 하고, 이후 면직 조치를 받게 된다면 다시 그 면직 조치에 대해서도 구제 신청.
☞ 다음 글은 2 주후 회사가 내게 내린 휴업 명령에 대한 글이다. 이 또한 변호사, 노무사의 법적 조언을 들었고, 휴업명령의 법적 타당성 및 나의 대응을 써보려 한다.
'회사와의 이별, 법으로 지키는 나의 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직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조치들 (3) | 2025.07.25 |
---|---|
휴업 명령서가 날아왔다 – 해고는 아니라면서 왜 나만 쉬라고 했을까? (0) | 2025.07.24 |
회사는 왜 해고라고 말하지 않을까? - 실질적 해고 유형과 대처법 (0) | 2025.07.16 |
"당신의 직무는 더 이상 이 회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나에게 통보된 해고의 언어 (0) | 202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