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의 이별, 법으로 지키는 나의 권리

회사는 왜 해고라고 말하지 않을까? - 실질적 해고 유형과 대처법

어쩌다 은퇴 2025. 7. 16. 01:25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며 ‘해고’라는 말을 듣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는 내게 “직무가 사라졌다”, “프로세스를 밟자”는 말만 반복했을 뿐, 해고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에서 내 계정이 삭제되고, 출근 정지가 내려지고, 팀원과 인사할 기회조차 없이 사라진 나는 사실상 해고되었다. 이 글은 기업들이 해고라는 법적 단어를 피하면서도 사람을 조직에서 제거하는 대표적인 방식 3가지를 설명하고, 실제 사례와 함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1.    왜 회사는 ‘해고’라고 말하지 않을까?

‘해고’라는 표현은 기업에게 매우 무거운 법적 책임을 수반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해고를 하기 위해선 단순히 “그만두라”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해고를 하려면 필요한 법적 조건들

  • 해고사유의 정당성 - 근로자를 해고할 만큼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함 (근로기준법 제 23 조)
  • 서면 통지 의무 -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문서로 통보해야 함 (근로기준법 제 27 조)
  • 해고 예고 및 또는 수당 지급 - 해고 30 일 전 예고 또는 30 일분 임금 지급 (근로기준법 제 26조)

회사 입장에서 ‘해고’라는 단어가 불편한 이유 ;

  • 해고 사유 입증 부담
  • 노무 리스크 (부당해고 소송 가능성)
  • 실업급여, 퇴직금 분쟁 발생
  • 조직 내 평판 관리 문제

결국 기업은 “해고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해고를 실행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직무삭제 통보전까지는 항상 단정한 복장으로 회사를 다녔다.
직무삭제 통보전까지는 항상 단정한 복장으로 회사를 다녔다.

2.    실질적 해고를 포장하는 3가지 방식

 2-1.  직무 삭제를 가장한 퇴직 유도 

  • “당신의 역할은 이제 조직에서 사라졌습니다”
  • “이전 포지션은 조직개편으로 인해 없어졌습니다”
  • “다른 포지션이 없어서 출근하지 마세요”

문제의 본질은 직무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업무를 하던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 외국계 IT기업 사례 (2021) 

관리자에게 ‘직무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퇴직을 유도 실제 직무는 계속 유지, 후임자 배치   부당해고 판정 

  2-2. 대기발령 후 사실상 방출

  • “당분간 출근하지 마시고 대기하세요”
  • “업무 상황이 정리되면 복귀 기회가 있습니다”
  • “지금은 직무를 배정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은 고용은 유지되지만 실질적으로 업무를 배제하고, 계정 차단, 시스템 접근 차단 등으로 직원을 사실상 격리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 / 대한항공 사례 (2021)
6개월 이상 업무 미배정 → 복귀 안내 없이 정직 처분 → 부당해고 인정 

2-3. 퇴직 권고 + 선택지 강요

  • “스스로 나가시면 좋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 “이대로 퇴사하시면 위로금을 드릴 수 있습니다”
  • “이거 안 받으시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자발적 퇴사로 포장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강요 또는 압박이다.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81371 판결 요지:
"심리적 압박에 의한 퇴직서 제출은 자발적 퇴사가 아닌 실질적 해고에 해당한다."

 

3.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3-1. 직무 삭제 통보를 받았다면 ;

  • 후임자 유무 확인
  • 동일 업무가 계속 수행 중인지 기록
  • 업무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는지 증거 확보

3-2. 대기 발령 통보를 받았다면 ;

  • 대기 기간 중 근무 제공 기회 여부
  • 조직 내 존재 여부 (계정 삭제 등)
  • 근로계약상 근무지/업무배정 내용과의 불일치 여부

3-3. 퇴직 권고를 받았다면 ; 

  • 대화 녹음 또는 메모 기록
  • 퇴직 동의 과정이 자발적인지 입증
  • 심리적 강요의 정황 확보

이 내용들을 가지고, 노무사 상담, 고용노동부 상담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나 소송, 구제 신청 또한 제기 가능하다.

 

마무리하며

회사는 ‘해고’라는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법적 책임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말이 아닌 실제 조치와 절차가 해고였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해고다.

나 역시 갑작스럽게 통보 아닌 통보를 받고 떠났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닌 것 같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기록하고, 묻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권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글이 나처럼 예상치 못한 퇴장을 겪는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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