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해고는 어느 날 갑자기 통보되는 듯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특히, 사용자가 ‘경영 악화’의 이유를 들어 직원을 해고하려 할 때, 회사는 단순히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 실제로 노동법은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법원 역시 그 판단에 있어 형식보다 실질을 중요시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경험한 ‘경영상 악화로 인한 인원 감축' 즉 해고 시도와 함께, 사용자가 직원을 해고하려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관련 판례들과 실무적 대응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나만 그런가’라는 불안을 겪는 이들에게, 이 글이 권리를 지키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1. 경영상 이유 해고,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는 나의 직무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더이상 내게 회사에 있을 수 없다고 하며 그에 따른 프로세스를 밟자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 라든가 '경기가 나빠지고 힘들어지고 있다' 라든가 그런 말들은 없었다. 다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한국인 HR 이 경영상 악화를 이유로 나를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이어서 대기발령과 휴업명령이라는 형태로 인사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나는 물었다.
“왜 APAC 사장님이 이야기한 이유와 다른가요? 정말 경영 악화의 이유라면 다른 방법도 있지 않나요? 왜 나만 그 대상인가요?”
회사 측은 명확한 설명을 피했고, 단순히 내가 급여가 높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회사를 나가면 위로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HR 은 해고라는 단어는 꺼내지 않았지만, 명백한 해고 시도였고, 나는 이에 응할 수 없었다.
2. ‘경영상 이유’ 해고 요건과 근로기준법 해설
해고는 사용자의 절대적인 권한이 아니다. 정당한 이유없이 정직, 감봉과 같은 징계나 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회사는 아래와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④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0. 6. 4.>
⑤ 사용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는 제23조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한 것으로 본다.
즉, 단순히 ‘회사가 어렵다’는 주장만으로는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 회사는 재무자료, 손실지속 증거, 인력 감축 이외의 노력(임금 삭감, 휴직제도 등) 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왜 특정 직원을 해고 대상으로 삼았는지도 합리적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3.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3가지 핵심
직원을 해고하려는 사용자는 아래 3가지 항목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입증 책임은 ‘회사’에 있고, 근로자는 이를 반박할 권리가 있다.
단 한 사람만 정리해고 대상인 경우, 회사는 특히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을 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해고는 ‘선별적’ 또는 ‘보복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
① 경영상 필요 | 일시적이지 않은 지속적인 경영 악화, 계속되는 손실, 사업부 폐쇄, 감원 불가피성 등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 |
② 해고 회피 노력 | 무급 휴직, 희망 퇴직, 업무 전환 배치, 신규 채용 중단, 임금 동결, 연장 근로 제한, 경비절감 운동, 계약직 연장계약 중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등 |
③ 대상자 선정 기준 | 나이, 성별 차별 금지, 성과, 근무태도, 직무중복 여부 등 기준을 공정하게 설명 |
그 이후,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 대표에게 50 일전 사전 통보하고 이에 관해 협의를 해야한다.
나의 경우를 위 필요조건에 적용해보자면, 나에게 행해진 조치는 부당해고에 가까웠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여 충분히 복직 명령을 받을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 긴박한 경영상 필요 : 우리 회사는 전년도 목표를 달성하여 2025 년 3 월에 전 직원이 인센티브를 받았다. 나에게 직무 배제 및 대기발령, 휴업 조치를 내릴 때는 2025 년의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 정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인지 회사가 입증하기 어려웠다.
-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표면적 노력으로 나에게 대기발령 및 휴업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몇년전 정말 목표달성이 어렵고 힘들었을때, 전 직원이 반기마다 1 주씩 무급 휴가를 가기도 했고, 일정 직급 이상은 분기마다 무급 휴가를 갔다. 최근 회사내 희망 퇴직을 원하는 사람도 꽤 있었으나, 회사는 희망 퇴직 지원자를 알아보지도 않았다. 또한,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전년도나 올해 초 퇴사한 직원들의 신규 채용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었다. 2025 년 인센티브도 받았고 전 직원이 4% 이상의 임금이 인상되었다. 회사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 회사는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나를 해고한다 했고, 그 이유는 단순히 내 직무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직무는 없어지지 않았고, 몇 명의 다른 직원에게로 넘어가 그 직원들이 매일 야근을 해야 하게 되었다. 회사내에서 유일하게 나만 해고 대상이 되었고, 그 이유는 내가 급여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내에서 나보다 급여가 높은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그 대상자가 된 기준이 모호했다. 나는 입사이래로 항상 최고성과자였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갑자기 그 대상이 되었다.
-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 우리 회사에는 노동조합은 없으나 근로자위원회가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행해진 해고 통보를 사전에 알 지 못했으며, 그 기준도 몰랐고, 사측은 그들과 협의한 사실조차 없었다.
4. 관련 판례로 본 해고 요건의 엄격함
법원은 경영상 해고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판례들을 통해 실제 법의 시선을 살펴보자.
서울고등법원 2010누11587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면서도 객관적인 재무자료나 해고 회피 노력이 입증되지 않아 해고가 무효로 판단된 바 있다. 이 판례는, 사용자가 단순히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해고 전 모든 회피 노력을 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법원 2002다29736 판결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해 인건비 절감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대상자 선정 기준 역시 불명확했다.” → 부당해고 인정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82867 판결
"정리해고 전 전환배치·재교육 등의 해고회피 노력이 없었다면, 해고는 정당하지 않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례 2020부해123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 없이 1명만 선택적으로 해고했다가, ‘선택적 해고’로 판단되어 부당 인사조치 판정이 내려졌다.
5. 현실적인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발령과 휴업조치가 실제로 해고에 가까운 조치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회사가 ‘해고는 아니다’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행해진 인사조치처럼 실질적인 배제(계정 정지, 업무배정 없음, 출근금지, HR 을 통한 지속적인 권고사직 등)가 있다면, ‘사실상 해고’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경우, 아래와 같은 대응이 가능하다.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신청: 해고일 또는 실질적으로 고용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개월 이내
- 구제신청 시 활용 가능한 자료
- 대기발령서, 휴업명령서
- 이메일/메신저 통보 기록, HR 및 상사의 해고 암시 통보 내용 기록
- 동료 대비 업무 차단 증거
- 해고 대상자 선정의 불공정성
마무리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법은 사용자의 해고 권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회사는 그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나 역시 그 사실을 몰랐다면, 이미 ‘좋게 마무리하자’는 말에 휩쓸려 회사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은 내 편이 될 수도 있고, 나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사가 경영상 이유를 들어 해고 또는 일방적 인사조치를 단행할 때, 감정에 매몰되어 슬퍼하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왜 그 대상이 나인지, 법에서 정한 대로 회사가 행동했는지 질문해보자.
입증해야 하는 사람은 근로자인 내가 아니라 회사라는 것을 기억하자.
☞ 다음 글에서는 회사가 제안하는 ‘권고사직’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지, 거절해도 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권고사직서를 작성하면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지, 실업급여 수급이나 향후 경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함께 정리해보려 한다. 모든 사람들의 경우가 같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 회사에서 좀 더 쉽게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서, 해고 통보 대신 취하는 방법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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