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컨트리 스키를 계획하고 있다면, 일반 슬로프와는 전혀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형과 급작스레 변하는 기후 속에서의 라이딩은 장비 선택이 곧 안전과 직결되며, 지형 숙련도와 위험 예측 능력까지 요구된다. 아사히다케에서의 2일차 백컨트리 투어는 전문 가이드의 안내 아래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새로 준비한 장비를 실전에서 테스트할 수 있었다. 특히 백컨트리에서는 지형 구조나 눈사태 가능성을 즉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이드를 통한 안전 확보와 동선 설계는 필수에 가깝다. 이 글에서는 백컨트리 스키 또는 스노보드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 장비와 함께, 가이드 투어를 예약한 이유, 현장에서 느낀 안전에 대한 중요성까지 생생하게 소개하려한다.
백컨트리 스킹 / 스노우보딩의 위험성과 준비의 중요성
나는 2007년부터 백컨트리에서 라이딩하는 것을 즐겨왔다. 지난 15년 넘는 시간 동안 일본, 북미, 유럽 각지에서 다양한 지형과 눈 조건을 경험해봤지만, 자연설에서의 라이딩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백컨트리는 단순한 스키 기술이 아닌 지형 판단력, 기상 분석 능력, 그리고 위기 대응력까지 포함한 총체적 역량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특히 눈사태나 화이트아웃 같은 상황은, 경험이 많은 스키어에게조차 생명의 위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번 출발 전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나와 동료들만의 '기준'을 설정해 장비 점검과 코스 선택을 사전에 정리한다. 백컨트리는 '탈 수 있는 곳' 이 아니라 책임을 갖고 선택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항상 가지고 있다.
백컨트리 스킹 / 스노우보딩을 위한 필수 장비 리스트
오랜 시간 백컨트리를 타면서, 수많은 장비를 써보고 교체해왔다. 이제는 장비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가볍지만 믿을 수 있는 내구성’이다. 이번 아사히다케 투어에서는 겐템스틱 (Gentemstick 스플릿 보드), 카라코람 노마드 (Karakoram Nomad) 바인딩, 전용 스킨, 그리고 눈사태 3종 세트(비콘, 삽, 프로브) 를 기본으로 챙겼다. 여기에 Ortovox 에어백 배낭도 포함했다.
눈사태 구조 3 종 세트는 백컨트리 투어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제 눈사태 매몰 구조 상황은 겪지 않았지만, 몇년전 가이드와 함께한 탐색 훈련에서 비콘 응답 속도와 프로브 조작 능력이 실제 생존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체감한 적이 있다.
요즘은 흔히 에어백이라고 부르는 눈사태용 구조배낭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오프피스테를 탈 때 거의 모든 스키어들이 에어백을 착용하며, 장비샵이나 렌탈샵에서 쉽게 빌릴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대여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이번 아사히다케 투어에서는 개인 장비를 직접 챙겨서 왔다.
백컨트리는 기술보다 준비의 완성도가 생존 확률을 좌우하는 세계다. 장비 하나하나가 체력, 리스크 대응, 그리고 상황 판단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수록 더욱 신중한 선택을 하게 된다.
가이드 투어 예약 이유와 예약 과정
유럽에서의 헬리 스킹을 제외하면, 나와 동료들은 대부분의 스키여행에서 백컨트리 루트를 스스로 계획하고 함께 탐색해왔다. 아사히다케 역시 4 번 이상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를 선택했다. 우리 팀은 아사히다케의 주요 루트를 대부분 경험해본 상태였고, 지형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자부했지만, 가이드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항상 실패로 끝났던 정상 루트 드롭인을 이번에는 안전하게, 그리고 조건이 맞을때 정확하게 시도해보고 싶었다.
둘째, 수차례 아사히다케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루트들을 가이드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가이드는 **닌자파우더(Ninja Powder)**라는 이름의 현지 가이드 팀이었다. 이 가이드는 우리 동료가 이전 투어에서 함께하며 신뢰를 쌓았던 전문가였고, 현지 설질, 지형, 날씨 변화에 대한 분석력과 안내 능력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가이드 팀이었다. 다만, 이번 투어에서는 이전에 함께 했던 가이드팀이 아니라, 닌자 파우더 팀의 대표와 다른 가이드가 우리 투어의 가이드를 맡게 되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만난 이 대표 가이드는 30 년 넘게 홋카이도에 거주하며 활동해 온 베테랑이었고, 첫 인사부터 느껴진 연륜과 설산에 대한 애정에서 이번 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가질수 있었다.
가이드 투어 실제 진행 후기
아사히다케 로프웨이 입구에서 가이드 팀을 만나 간단한 소개와 브리핑 후, 아침부터 바로 정상(아사히다케 2,291m)까지 직접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날씨 예보상 오전 10시까지는 맑음이었고, 바람도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에 정상 라인 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나를 포함한 팀원 4 명, 그리고 가이드 2 명까지, 총 6 명은 2 번째 곤돌라를 타고 상단역까지 이동한 후, 스키와 스플릿보드에 스킨을 부착하고 하이킹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분화구 인군에 도달했을 무렵, 상황은 바뀌었다. 정상부에는 짙은 가스가 차올라 시야활보가 어려웠고, 화이트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설질 역시 전날의 신설이 무색하게 변화해 있었고, 강한 바람으로 윈드팩된 표면 아래 약한 레이어가 깔려 있는 상태였고, 크레바스처럼 보이는 설면 크랙도 눈에 띄었다.
분화구에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선택을 맡겼다. 우리는 팀의 안전과 컨디션을 고려해, 정상 진입은 포기하고 분화구 북사면 근처의 안정된 드롭인 지점을 택했다.
드롭인 포인트는 GPS 기준 해발 약 2,200m, 경사 약 32~35도, 드롭인은 비교적 넓은 컵 형태의 사면이었다. 다행히 바람의 방향상 하단 시야 확보는 양호했으며, 라인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설면 아래 약한 층이 존재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한 명씩 순차 드롭, 세이프존 확보 후 콜이라는 절차를 정확히 따랐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우리는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고 내려왔다. 그러나 가이드와 팀원 모두의 판단이 일치했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안전'을 위해 ‘계획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진짜 경험자의 자세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드롭인 이후, 우리는 추가로 4 번 정도 더 백컨트리 코스로 나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네번째 코스는 이미 여러차례 타본 익숙한 지형이었다. 설질도 무난했고 난이도도 예측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라인은 조금 달랐다. 더 좋은 설질과 아무도 타지 않은 완전한 파우더, Untracked Line 을 찾기 위해, 가이드는 카미노사와 라인(Kaminosawa Line) 의 오른쪽 방향으로 더 깊숙한 구역으로 진입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기쁨이 컸다. 그곳에는 정말로 누구의 흔적도 없는 순백의 파우더 지형이 펼쳐져 있었고, 나는 이 라인을 타게 된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그 감정도 오래 가지 않았다. 진입 직후부터 엄청난 급경사에서의 파우더의 여운이 채가시기도 전에 나타난 길고 좁은데다 웨이브로 가득한 오솔길, 그리고 예상치 못한 2미터가 넘는 계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계곡을 넘기 위해 스키와 보드를 벗고, 장비를 반대편 사면으로 던진 뒤 부츠로 이동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체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아무리 설질이 좋고, 아무도 밟지 않은 라인이더라도 지형의 난이도와 탈출 경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결국 백컨트리는 ‘눈이 좋은 곳’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눈, 지형, 체력, 기상’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한 세계라는 걸 다시금 실감한 하루였다.
2 일차 마무리
아사히다케에서의 2일차 백컨트리 투어는, 단순한 ‘라이딩’ 이상의 배움을 준 하루였다. 새로 장비를 점검하고, 익숙한 루트를 다시 확인하며, 낯선 지형과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도 안전이라는 기준 아래 유연한 선택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의 경험을 가진 스키어라도 자연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의 효용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다음 글에서는 아사히다케에서의 3 일차, 그리고 마지막날의 오전 반일 투어와 귀국당일 이동 동선과 공항 이용 팁까지 실제 여정의 마무리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짧은 일정 속에서도 최대한 많은 라이딩을 하려는 여행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시간 배분 전략도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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