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이랑 퇴직 위로금 1억 넘게 받으면 실업급여 한동안 못 받는다더라.”
직장을 떠나는 것을 준비하던 어느 날, 내 귀에 들린 말이었다. 나는 조직 개편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제안받았고, 회사는 10년 넘게 근속한 나에게 퇴직금 외에 일정 금액의 퇴직위로금을 제시했다. 고마운 마음보다는 억울한 감정이 더 컸었지만, 당장 이직 준비를 하지 않았던 내가 당장 알아보아야 할 것은 실업급여였다.
정말일까? 인터넷에는 여전히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합계가 1억 원 넘으면 3개월 유예된다”,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 거절당한다”는 글이 많았고, 나 역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직접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 문의하고, 법령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은, 노무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아직도 오래된 법을 기준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 결론부터 말하자면: 퇴직 위로금이 많아도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 수급 가능 여부는 '얼마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왜 퇴사했느냐' 에 달려있다.
퇴직위로금 수령 여부와 그 금액의 크고 작음은 실업급여 수급 자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위로금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그 퇴사가 비자발적이라면 실업급여는 정상적으로 수급이 가능하다. 실제로 고용센터에서도 “수령 금액은 수급 기준과 무관하다”고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2.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 과거 법령 정리)
내가 이 내용을 확인해보기로 한 것은 단순한 의문에서였다. 예를 들어 한 가족의 가장이 20 년을 근무하고서 정리해고 당한다고 가정하고, 그의 연봉이 6 천만원이면서 퇴직위로금을 3 개월치를 받았다면, (20 개월 X 500 만원) + (3 개월 X 500 만원) = 1 억 1 천 500 만원을 퇴직금과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받게 되고, 당장 급여가 들어오지 않아 생계가 막막할텐데, 3 개월동안 실업급여 수급을 유예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전보다 고액연봉자가 많고 권고사직과 명예퇴직이 잦아 퇴직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 억을 넘기는 것은 이제 쉬운 일이 되었고, 또한 퇴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IRP 통장으로만 받아 퇴직연금으로 사용하게 법으로 정해놓고서, 실업급여 수급을 3 개월씩이나 유예한다면 자산이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일반 서민들은 당장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하는지 고민에 빠질 것인데, 정부는 그걸 고려해서 이런 법을 만들었는가에 대해 의문스러웠다.
인터넷을 통해서 노동OK, 법령, 네이버 지식인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찾아보았지만, 법에서는 그런 조항이 없었는데, 2024 년 어떤 블로그의 글에서도 1 억원이 넘으면 3 개월 지급유예가 된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2022 년 관련 질문에서 네이버 지식인에서 노무사조차도 지급유예가 된다고 답한 것도 보았을 정도로, 어디에도 이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확인한 결과, 이 오해의 근거는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 제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 조항은 2015년 1월 1일 이전까지 유효했으며,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었다:
- 퇴직금·위로금·전직지원금 등을 합산해 1억 원 이상을 수령한 경우
- 실업급여 수급 개시일이 최대 3개월 유예
하지만 이 조항은 2015년 법률 제13042호 개정으로 완전히 폐지되었고, 이후에는 해당 법 조항 자체가 삭제되어 현재는 '수령 금액이 많아도 유예되지 않는다' 는 것이 법적 사실이다.
고용보험법 제59조 (삭제 전)
① 제48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이직 당시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금품을 받았거나 받을 것이 확실한 자에 대해 실업신고일부터 3개월 동안 구직급여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
② 유예 기간이 끝난 후 수급자는 제49조에 따른 대기기간을 거친 것으로 본다.
③ 유예되는 수급자의 수급기간은 원래 수급기간에 3개월을 더하여 산정한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78조 (제59조의 유예 대상 금액 기준)
① 대통령령이 정한 '고액 금품'이란, 퇴직금·퇴직위로금 등 이직 당시 받은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금품(임금 제외)을 말한다.
3. 실업급여 수급 요건은 금액이 아니라 ‘퇴사 사유’
고용보험법 제40조 및 제58조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 이직 사유 | 비자발적인 퇴사여야 함 (해고, 권고사직 등) |
② 피보험 단위기간 | 퇴사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 |
③ 재취업 의사와 능력 | 실업 상태이며 적극적으로 구직 중일 것 |
④ 수급 자격 제한 사유 | 없음 (무단결근, 형법 또는 직무관련 형사처벌, 자진 퇴사 등은 제한됨) |
즉, 위로금을 많이 받았다하더라도 위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2024년 감사원에서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운영 전반에 대해 감사했고, 특히 부정수급 의심 사례가 많은 코드 23번 (경영상 필요에 따른 권고사직) 실업급여 지급에 대해 실질 조사·점검을 지시하여 고용노동부의 대규모 진위 조사와 함께 특별점검이 실시된 바 있어, 최근에도 실업급여 신청시 코드 23 번의 경우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10 년이상 장기 근속 후 퇴직시, 희망 퇴직과 같은 자발적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려고 하는 지를 의심하여 그 사유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마무리
위로금을 받았다고 실업급여가 유예되거나 박탈된다는 말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떠도는 가짜 정보에 괜히 불안해하거나 고민하다가 실업급여 신청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차분하게 퇴직 후 앞날을 준비해보자.
실업급여 수급에 중요한 건 사직서에 쓰는 문구, 퇴사 사유 입증, 고용보험 가입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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