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 가장 불쾌한 말 중 하나는 “좋게 마무리하자”는 말이다. 해고는 아니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그 말은 곧 권고사직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했던 수많은 영광의 순간들을 뒤로 하고,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회사는 "너무 힘들다", "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퇴사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일한 조직에서의 출근 금지, 자택 대기발령을 가장한 퇴사 통보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충성의 대가는 사라진 직무와 서면 한 장뿐이었다. 그들은 결코 '해고'라는 단어는 꺼내지 않고, 대신 대기발령과 휴업이라는 형태로 나를 압박하며 사직할 것을 종용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나의 사례를 바탕으로 해고와 권고사직의 차이, 실업급여 수급 요건, 위로금 수령 시 주의점, 그리고 내가 지켜야 했던 최소한의 권리들을 정리해봤다.
1. 해고와 권고사직, 무엇이 다른가?
구분 | 해고 | 권고사직 |
주체 | 사용자(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종료 | 회사의 권유 + 근로자의 자발적 동의 |
법적성격 | 사용자 책임 강함 | 사용자 책임 낮음 |
실업급여 | 수급 가능 (비자발적 이직) | 자칫 자발적 이직으로 간주될 수 있음 |
법적대응 |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 (3개월 이내) | 강요된 경우에만 부당해고로 대응 가능 |
즉, 누가 먼저 ‘그만두자’고 했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실업급여 수급 여부는 물론, 법적 분쟁 시에도 핵심이 된다.
2. 권고사직, 반드시 나쁜걸까?
사실 권고사직은 무조건적으로 부당한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 회사의 진정한 사정이 있고, 근로자와 합의된 조건이 명확하다면 상호 간의 ‘체면을 지켜주는 퇴사 방식’ 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퇴직 위로금, 재취업 지원, 일정 급여 보장을 제안하면서 근로자도 이를 수용한다면, 서로에게 상처 없이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가 '권고사직'이라는 말을 압박 수단처럼 사용하는 경우다. 대기발령, 휴업, 전혀 상관없는 업무 배치 등의 조치를 먼저 내린 뒤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는 구조로 몰아간다면, 이는 자발적 동의를 강요하는 위장된 해고가 될 수 있다.
3. 실업급여, 받을 수 있을까?
고용보험법 제40조, 제58조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제 40 조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
① 구직급여는 이직한 근로자인 피보험자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지급한다. 다만, 제5호와 제6호는 최종 이직 당시 일용근로자였던 사람만 해당한다.
1. 제2항에 따른 기준기간(이하 "기준기간"이라 한다)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제41조에 따른 피보험 단위기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합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2.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장 및 제5장에서 같다)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3. 이직사유가 제58조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4.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5.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가. 제43조에 따른 수급자격 인정신청일이 속한 달의 직전 달 초일부터 수급자격 인정신청일까지의 근로일 수의 합이 같은 기간 동안의 총 일수의 3분의 1 미만일 것
나. 건설일용근로자(일용근로자로서 이직 당시에 「통계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의 대분류상 건설업에 종사한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로서 수급자격 인정신청일 이전 14일간 연속하여 근로내역이 없을 것
6. 최종 이직 당시의 기준기간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 중 다른 사업에서 제58조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로 이직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피보험 단위기간 중 90일 이상을 일용근로자로 근로하였을 것
② 기준기간은 이직일 이전 18개월로 하되, 근로자인 피보험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을 기준기간으로 한다. <개정 2019.8.27, 2021.1.5>
1.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에 질병 · 부상,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계속하여 30일 이상 보수의 지급을 받을 수 없었던 경우: 18개월에 그 사유로 보수를 지급 받을 수 없었던 일수를 가산한 기간(3년을 초과할 때에는 3년으로 한다)
2. 다음 각 목의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이직일 이전 24개월
가. 이직 당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고, 1주 소정근로일수가 2일 이하인 근로자로 근로하였을 것
나. 이직일 이전 24개월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 중 90일 이상을 가목의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로 근로하였을 것
제 58 조 (이직 사유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제40조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격이 없는 것으로 본다.
1. 중대한 귀책사유(歸責事由)로 해고된 피보험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 「형법」 또는 직무와 관련된 법률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나.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다.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 등을 위반하여 장기간 무단 결근한 경우
2.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피보험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직한 경우
나. 제1호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이 해고되지 아니하고 사업주의 권고로 이직한 경우
다.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이직한 경우
즉, 핵심은 ‘비자발적 이직’이다. 다만, 고용보험법 제58조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직무관련 법률 위반하여 금고형 이상, 정당한 사유없는 취업규칙 위반 (예: 잦은 무단 결근) 등으로 인해 해고되거나 권고사직되는 경우는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것은 비자발적 이직일 수 있으나,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고용센터에서는 이를 자발적 퇴사로 오해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 따라서, 반드시 회사측의 사직 권유나 강요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서나 기록이 필요하다.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준비사항:
- 회사가 작성한 권고사직 합의서 또는 퇴직 확인서
- 권고사직 사유에 ‘경영상 사정에 따른 권유로 자발적이지 않음’ 명시
-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받은 사직 권유 내용 캡처
- 대기발령서, 휴업명령서 등 퇴사 압박 정황 증거
4. 퇴직위로금을 받았더라도 실업급여는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위로금을 받으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위로금은 일종의 ‘퇴직에 따른 합의금’이지, 실업급여 수급 자격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단, 위로금이 매우 큰 액수거나, 사직서에 “자발적으로 퇴사함”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경우, 고용센터에서는 이를 조사 대상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럴 땐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가 먼저 퇴사를 제안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해진다. 또한,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몇년치의 연봉을 퇴직위로금으로 받았을 경우는 자발적 퇴사로 간주되기 때문에, 실업급여 수급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HR 과 먼저 상의하고 사직서에 기재하는 내용을 달리 해야한다.
해고 (정리해고 포함) | 실업급여 수급 가능 |
권고사직 (회사 권유 문서 명확함) | 실업급여 수급 가능 |
권고사직 (동의서만 제출, 설명 없음) | 불가 가능성 높음 |
퇴직 위로금 수령 | 실업급여 수급 가능, 단 사직서 문구 주의 |
스스로 사직 | 대부분 불가 (특수 사정이 있을 경우만 예외) |
5. 스스로 사직서를 쓰면 생길 수 있는 문제
많은 근로자들이 ‘사직서’를 스스로 쓰는 순간 회사 책임을 덜어주는 셈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말 스스로 사직을 원했던 게 아니라면, 사직서는 절대 섣불리 제출하지 말아야 한다.
권고사직서를 작성할 때 주의할 점:
- 문서 내 ‘자발적 사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야 함
-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권유된 것임을 분명히 할 것
- 문서 없이 구두만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지 말 것
- 협상 내용(위로금, 퇴사일 등)을 서면으로 정리해둘 것
만약, 나와 비슷한 경우라면 협상내용에 대한 기록, 합의서 등은 반드시 문서화하고, 사직서에는 반드시 '경영상 이유로 인한 인원감축에 따른 해고' 라고 쓰도록 하자. 회사가 나와 합의했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 권고사직, 수락할까 거절할까?
결국은 개인의 선택이다. 지난 몇 개월동안 노무사와 변호사들과 상의를 해보았지만, 항상 결정은 내가 내려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받았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몇 개월치의 급여가 충분히 내게 위로가 되는 지, 정말 내가 복직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그들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든 소송을 진행하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다음의 기준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 회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압박중인가?
- 정말 복직하고 싶은가?
- 위로금 제안이 충분한가?
-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싶은가?
- 실업급여 수급 조건은 충족하는가?
마무리
권고사직은 결코 중립적인 선택이 아니다. 회사에겐 부당해고와 뒤따를수 있는 법적분쟁이라는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근로자에겐 실업급여 제한, 법적 보호 약화, 불리한 이직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회사가 당신에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할 때, 그 말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닌 정보이고, 체념이 아닌 근거 있는 판단이다.
☞ 다음 글은 권고사직을 거절한 후, 실제로 내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 회사와 갈등을 피하면서도 내 권리를 지키는 법적 전략에 대해 현실적인 사례와 함께 정리해볼 예정이다.
☞ 회사가 나를 정말 해고할 수 있는지, 그 조건이 알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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